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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설교

중년 시절 갈렙의 위기, 탈락(신명기 31:14, 23)

by 강정훈말씀닷컴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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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시절 갈렙의 위기, 탈락

신명기 31:14, 23

 

서론

지난 주일 설교에서 갈렙에게 세 번의 큰 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청년 갈렙이 만났던 최초의 위기는 상황으로부터 오는 위기였습니다. 원래 갈렙은 정통파 히브리인은 아닙니다. 그의 혈통은 에서 쪽입니다. 그런데 갈렙가문이 언제부터인가 야곱의 혈통 히브리인으로 귀화하더니 출애굽 이후에는 유다지파의 정탐꾼 대표로 뽑혔습니다. 유다 지파에는 74,600명의 용사가 있었습니다( 1:27). 갈렙이 74,600 1의 경쟁에서 부족 대표로 뽑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실력입니다. 에서 혈통이라는 점을 완전히 지우고 히브리혈통으로 대못을 박을 찬스였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위기가 됩니다. 열 명과 같은 편, 같은 의견에 서 있지 않았다고 돌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막아주심으로 10명이 가나안 입성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다시 기회를 맞습니다. 모세 이후의 가나안의 지도자는 갈렙과 여호수아 2명으로 압축된 것입니다. 어디가나 갈렙! 갈렙! 대한민국에 문빠도 있고 윤빠도 생기는 것처럼 광야 백성들 사이에서 갈렙의 갈빠도 생길만큼 인기 있는 지도자로 부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주욱~ 잘 나가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때부터, 그러니까 나이 40~80세까지 중년의 40년 동안 갈렙에게 위기가 생깁니다. 중년의 위기입니다. 갈렙의 중년의 위기는 여러 증후로 나타납니다.

중년에 찾아온 위기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이후에 갈렙의 행적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여호수아의 행적은 계속 나타납니다. 아말렉 공격( 17:8)에군대를 이끌고 나갑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려 시내 산으로 올라갈 때 동행합니다( 24:13). 산에서 내려올 때 백성들의 금송아지 축제를 모세와 함께 목격한 이도( 32:17). 엘닷과 메닷이 모세의 지도나 중재 없이 개인 거처에서 예언한 것을 모세에게 고해주기를 바라면서 누군가 찾아간 사람도 여호수아였습니다( 11:28). 모세가 신명기를 끝내고 노래하는데 그때도 여호수아와 함께 했습니다( 32:44).

 

그러나 갈렙의 기록은 없습니다. 그의 행적이 사라진 광야 40년이 정탐꾼 시절에 마주했던 위기보다 컸습니다. 정탐꾼 위기는 짧은 기간에 해당되었기에 몇 시간, 며칠만 잘 참으면 되지만 무명 내지는 조연으로 살아야 했던 광야 시대는 무려 40년입니다. 백성들을 상대함에는 여호수아에게 밀리고 지파에서는 나손에, 거기다 훌에까지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가 되면 중년의 남자들은 더욱 의기소침해지고 삶이 시들해 집니다.

 

죽음도 중년의 위기입니다. 60만 장정들이 갈렙과 여호수아만을 제외하고 모두 죽습니다. 60만이 넘는 사람들이 40(14,600) 동안 죽는다면 평균 하루에 장정 41~42명이 죽었을 것입니다. 레온 우드 박사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하루에 85명이 죽고 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간 당 평균 7번의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떼거지로 죽는 죽음을 40년 체험하면 돌아버립니다.

 

2014 1, 급성바이러스 전염병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고 석 달 동안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11868000 마리, 2010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소와 돼지 350여만 마리가 살 처분됐습니다. 포클레인으로 생매장하고 나면 축산 농부들은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가축들이 생매장 당하면서 울어대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고통을 겪습니다. 매일 대면하는 죽음은 갈렙이 당하는 중년의 위기입니다.

 

후계자 선택문제에서 여호수아에게 밀린 점도 위기입니다. 여호수아는 모범적인 공무원 스타일로 관료사회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알게 모르게 모세의 지지도 받았습니다. 갈렙은 대중성이 강한 정치가 스타일이기에 백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여호수아가 모세 곁에서 시중을 들고 회막을 지키는 동안 갈렙은 자유스럽게 백성들과 왕래했습니다. 백성들의 바닥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투표에 붙였다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결과는 여호수아가 후계자로 선정됩니다. 얼마나 섭섭하고 낙심되겠어요.

 

갈렙도 나이가 중장년입니다. 중장년은 새로 시작할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경계선입니다. 이럴 때 위기에 직면하면 강렬한 우울증, 불안감에 현재의 생활 방식을 급격하게 바꾸거나 헌신과 열정을 팽개쳐 버리고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나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충성하였다고 말합니다( 14:8).

갈렙이 선택할 수 있는 길

-우선, 모세의 선택이 공정한 과정이었는가, 를 물으면서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임을 부각시키는 일입니다. 일종의 약자 코스프레(costume play)’를 하는 것이지요.

 

-모욕감과 패배의식에 갇혀 분파 분리주의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르으벤과 갓과 므낫세 반()지파가 보여주었던 선례입니다. 갈렙이 딴 살림을 하면 왕통이라는 정통성이 있어 서너 지파 정도는 지지하고 나올 것입니다. 그들과 넓은 지역을 찾아 왕국을 세울 수 있습니다.

 

-잔류하되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것입니다. 지파의 존재감을 살려 일단 수긍을 하되 사안마다 여호수아의 리더십에 딴지를 걸고 약화된 리더십을 구실로 일부분의 리더십을 야금야금 인수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실수를 기다리며 기회를 보는 것입니다.

 

-방관(傍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멀찍이 떨어져서 어디 잘 해보슈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실수를 하면 그 틈새를 이용해서 앞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갈렙은 이런 위기들에서 온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쉬움과 섭섭함은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공정성을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비틀거렸지만 다시 일어섰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서 갈렙이 나를 온전히 따랐다, 칭찬하셨습니다( 14:24). 여호수아도 갈렙의 온전함을 인정합니다( 32:12,  1:36,  14:14).

어떻게 중년의 위기를 넘겼을까

중장년은 55~75세 정도입니다. 세상이나 교회 일에 거의 손을 놓는 연령입니다. 그러면 무기력증, 섭섭하기 쉬운 때입니다. 이런 때 흔들려 버리면 잘 믿어온 삶이 색이 바래집니다.

어떻게 해야합니까? 갈렙은 조연 역할에서 불만을 품고 40년을 견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 역할, 지위보다 이스라엘이 잘 되어야 한다는 민족애, 조국애로 견디어 냅니다. 그러면서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여호수아를 돕고 지원하는 조연 역할을 나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연의 시대입니다. 주인공만큼이나 연기력이 있는 조연들의 감칠맛 연기로 이끌어가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주인공 이병현, 김태리의 활약이 크지만 조연급 36명의 개성 있는 연기가 드라마를 성공시켰습니다.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의 허준호도 그렇습니다. 허준호는 드라마든 영화든 악역이나 중요한 조연이 전문분야입니다. 그의 조연은 보조가 아니라 팽팽한 긴장감을 높여 드라마를 성공시킵니다.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것은 방송인 붐입니. ‘() 마스터로 활약하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경연 분위기에 유쾌함을 불어넣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한 양념으로 사용되던 마늘이 요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재탄생되고 식품업계에서 만년 조연이던 소스(sauce)도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조연은 주인공 역할을 따낼 수 없는, 실력이 떨어지는 B급 배우가 아닙니다. 조연은 그 역할에 적당할 뿐입니다. 자기 역할에서 주연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우며 주연을 성공시켰고 드라마를 성공시켜 자신도 성공합니다. 갈렙이 이런 데서 자신을 비하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갈렙이 40년에 눈만 뜨면 본 것은 구름기둥 불기둥 만나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죽음, 시신에서 나오는 썩은 냄새에서 돌아버리지 않는 것은 죄에 대한 심판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죽어가는 기성세대는 하나님의 심판이지만 태어나고 자라나는 신세대에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났습니다. 광야는 심판과 은혜의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갈렙은 하나님의 심판의 얼굴보다는 다음세대에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얼굴을 봅니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보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에 주목하면서 트라우마를 견딘 것입니다.

 

후계자 경쟁에서 밀리는 위기에서는 유다지파 구성원들은 납득하지 못했겠지만 갈렙은 이해했습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지도를 받으면서 군대의 장()으로 활약했습니다. 어느 정도 모세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7:18-23).

 

여호수아는 그 안에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자였습니다( 27:18). 성령의 뜻에 온전히 순복하는 믿음과 지도자에게 필요한 영적 지혜와 능력이 충만함을 의미합니다. 갈렙에게는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쟁은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는 성전(聖戰)입니다. 신정국가 이스라엘 지도자는 당연히 하나님의 성령에 힘입은 바가 커야합니다.

항상 회막을 지켰습니다( 33:11). 경비와 함께 하나님과 깊고 친밀한 교제를 나눈 것입니다.

 

모세가 가나안 지경에 함께 갈 수 있었다면 용맹한 갈렙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가나안 입성이 거절되었기에 직접적인 지도를 받아온 여호수아가 적임자였습니다. 그는 율법에서나 행정에서나 전투력에서나 백성들을 통솔하는 지도력에서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장수였습니다.

갈렙은 이런 사실을 알았기에 처음에는 흔들린 바가 있었겠지만 탈락에 탈선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김남준 목사는 염려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이탈리아의 유명한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이야기를 합니다. 보첼리는 12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으나 끊임없이 노력하여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일어난 불행한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시력을 완전히 잃었을 때 두려움과 절망의 눈물을 모두 쏟아버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꼭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는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는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그랬습니다. 갈렙도 후계자 반열에서 탈락했다는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에는 한 주간 정도이면 되었을 것입니다. 갈렙은 그만큼 자기 지위나 명예로움, 직분에 연연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잘 넘기는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입니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입니다.

 

살다보면 인생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것도 중년이나 장년에 위기를 만나면 우리는 당황하고 흔들립니다. 이럴 때 갈렙은 우리가 어찌해야 중년의 나이에도 흔들리지 않고 온전한 믿음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코로나 30개월을 쉬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고 그냥 적당히 가려니 그동안 헌신이 아깝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내 앞에서 완전하라! 온전하라!(17:1) 명하십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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